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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점/김대성
      • 2005.06.10 - 17:59 564 5 1
    2005. 5. 31. 화요일 여전히 맑음.



    밤새 추위와 싸우다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짐꾸리고 작은편지와 함께 화장지값정도 남기고 교회를 나서는데 왼쪽 무릎이 말을 듣지 않는다.

    무릎보호대를 해봤지만 달그락 거리는 것이 영 심상치 않다.

    이렇게해서 통일 전망대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제 목사님이 주신 떡 한조각을 슈퍼에서 커피와 함께 먹는데, 눈앞에 두륜산이 그림처럼 펼쳐저 보인다.신전면 지나 강진군 도암면에 11:00도착했다.

    동네어귀에서 헤매다 이른 점심으로 짬뽕한그릇 먹고  쉴만한곳을 찾다가 도암초등학교에 들어섰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넓은 운동장, 학교의 역사를 말해주듯 운동장 둘러 심어져 있는 커다란 나무들 그리고 그아래 낡은 벤치들이 인상적이다.

    가장 큰 그늘아래로 들어가 어제 덜 마른 빨래도 널어놓고 벤치에 벌러덩 들어 누워 책을 펼친다.

    얼마전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을 등정하고 내려오는길에 크레바스에 빠져 여덟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은 산악인 박정헌씨의 '끈'이라는 책이다.

    전문중에 이런내용의 글이 눈에 띄인다.

    " 나는 오늘까지 내 눈앞에 바라보이는 내 자신의 정상을 향해 무수한 깃대를 꽂았다. 하지만 희박한 공기속의 정상도 폭풍설속의 정상도 결코 종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끝없는 여정이자 출발에 불과할 뿐이었다..............산은 네팔에도 파키스탄에도 히말라야에도 에베레스트에도 아닌 마음속에 있었다."

    도암면에 들어오기 전 한 할머니가 밭을 메고 있는 나무그늘아래에서 쉰적이 있다.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있자니 할머니께서 말을 걸어오셨다.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다가 걸어서 여행한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내게 물으신다.



    "뭣을 얻을라고 그라소? 건강을 얻을라고 하소?"



    나는 무엇을 얻기위해 이 길위에 섰는가.

    나 조차도 내자신에게 질문해본적이 없는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처음엔 자만이었고, 두번째는 오기였다.

    나는 무엇을 얻기위해 이 길위에 서 있는가.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매일 정해진 시간동안 운동하는것이 더 나을텐데......

    난 지금 내 정신에, 내영혼에 건강을 위해서 걷고 있는것인가?

    그렇다면 처음에 가졌던 자만심과 오기는 어디로 버려야 하는것인가?

    난 어쩌면 짧은 생을 살아오면서 인생이라는 산을 향해 끝없이 도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박정헌씨의 말처럼 모든것이 내안에 있다는 것을 잊은체 눈에 보이는것들에만 한눈을 팔며 정신 없이 깃대를 꽂아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여행이 내안의 있는 만과 허영들을 모두 버리고 진정 내 속에 정상을 향해 끝없이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시부터 다시 걷기 시작한다. 55번 국도가 끝나고 18번 국도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이래저래 지체된 내 발걸음을 다시 재촉해 본다.

    오후 4시 땅만 보며 걷다가 앞을 바라보니 멀리 두 사람이 걷고 있다.

    멀리서만 보고 동네 농부이려니 했는데, 마주치고 보니 나처럼 걷는 사람들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강진까지 걸어가는 동안 두런두런 얘기들도 나눈다.

    얼마나 반가운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지만, 애써 담담한척 해본다.

    나보다 4살과 3살 어린 두 친구는 광주에서부터 남해안을 따라 횡단을 하고 있는데,

    코스를 물어보니 벌교까지는 함께  할 것 같다.

    어렵사리 만원짜리 기와지붕의 '전남여인숙'을 얻고,

    혼자였다면 시켜먹기 힘든 삼겹살로 포식을 한다.

    먹는 동안 산악회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위로전화도 받았다.

    그중 어제 터미널까지 배웅을 나왔던 산 후배에게서 전화가 온다.

    "언니! 모자 좋아요?"

    "응, 좋아."

    "그거 제가 마라톤 해서 얻은거 아시죠?"

    "그래! 고마워."

    "어찌 별로 안고마운 말투세요?"하고는 껄껄 웃어덴다.

    서울에서 출발하기전 막 짐을 싸들고 집을 나서려는데

    이 후배가 전화를 해 국토종단은 언제 떠나냐길래 지금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산악부 행사를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와서는 불쑥 멋진 트래킹용 모자를 내밀었다.

    마라톤 2등해서 상품을 받고보니 갑자기 내생각이 나서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떠난다고해서 정신 없이 달려왔단다.

    체육대회하고 많이 피곤했을 텐데 달려와준 정성도 고마운데, 지원품까지 전달해주다니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후배는 이번 주말에 한번 내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지치고 힘들었던 하루가 저물었다.

    내일은 또 길위에 서서 땀을 흘리며 움직일 내다리를 위해 화이팅 한번하고 눈을 감아본다.

    이제 23일 남았다. 그까이꺼 뭐~!아자자~~!!



    오늘 걸은 거리

    북일면 만월리에서 신월리 지나, 강진군 도암면지나 강진읍까지 23키로 미터.



    오늘 쓴 경비

    숙박비 10000원, 식대 14500원, 부식비 11200원





    위 글은  지금 서울을 떠나서 도보로  해남 땅끝마을까지  국토횡단을 하고 있는 한 여인의  일기중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이른 아침 출사에서 우연히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녀에게는 이 우중에 그녀보다 더 커보이는 배낭을 메고 비를 맞고 걷고 있더군요

    그런  그녀가 저에게는 아주 인상깊은 모습인지라 사진촬영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녀의 사진을  담았습니다만...

    올려도 되는 지는  그녀의 허락을 받아야 할 듯해서 잠시 보류합니다..

    벌써 열흘째이더군요...

    목적지를 되돌아 가는 데 아마도 한 달정도를 생각 하는 듯 합니다...

    나도 전에 한번 생각을 해 본적이 있지만 실행할 엄두도 못냈는데  그 녀는 당당히 이 자기와의 싸움을

    시작했더군요...



    그래도 목적이 궁금해서 남들이 하는 흔한 질문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고행의 길을 걷는냐고....

    그녀는 말합니다

    "모두들 그렇게 묻는데 그 답을 자신도 모르겠다"

    "돌아올쯤 되면 그 답을 알지도 모르겠다"



    무척 마음에 여운을 주는 그런 대답이었습니다...

    한 순간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저 또한 그 행군에 동참할 충동이 있었습니만

    해야 할일과 현실의 제 위치가 큰 걸림돌로 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가끔 종단소식을 건네 주겠단  말을 뒤로 하고 떠나는 그녀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녀의 고행의 여정에서 나오는 체감이야기가 제대로 전달 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멀리서 나마 간접적인 그녀의 거친숨소리가 담긴  

    또 하나의 인생이야기가 될성 싶습니다...



    지금쯤  황간을 지나 걷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짧은 만남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산과 자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생각과 행동이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녀의 용기와 의지에 박수를 보내며 꼭 종단목표가 성공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얻은 용기로 저도 작은 계획이 있는데  곧 실행해 보아야 겠습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도 그녀의 마음만은 젖게 할 수 없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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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5

    • 0
      옛풍(박경식)
      2005.06.10 - 18:37 #175976
      대략 700 km 되는군요. ^^
    • Profile 0
      붉은점/김대성
      2005.06.10 - 18:49 #175977
      여성의 몸으로 그것도 혼자 그렇게 해내고 있다는 것에
      정말 대단한 분이다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을 좀 돌아 볼 계기도 되었구요...
    • 0
      飛龍/김상환
      2005.06.10 - 18:51 #175978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겼고 덩치도 크질 않고 그냥 보통의 여자 이던데
      어디서 그렇게 당찬 용기가 생겼는지...
      오늘 비속으로 그녀의 키만큼되는것을 배낭을 짊어지고 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아름답고 부러웠는데
    • 0
      바이런/박상현
      2005.06.10 - 19:27 #175979
      한비야 같은 유명(?)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접하는 것만으로도
      제겐 무척 흥분되고 즐겁게 다가옵니다.
      아울러 그녀의 등 뒤에서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 Profile 0
      infree™-秀珉/오연경
      2005.06.14 - 09:33 #175980
      와.. 대단하시네요...
      무언가.. 뭉클 끓어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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