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기도 전에 겨울이 마음속에 찾아들어 몇일전부터 예전의 설경사진을 들추어보곤 하던차에
눈이나 비가온다하니 찾아가 차가운 칼바람 맞이하고 폐부가 얼어버릴것 같은 들숨을 한껏 들이키고 와야 평온을 찾을듯 했다.
조용히 혼자서 보고 겨울이 아니온듯 시침이떼고 있으려 했는데
갤러리를 보니 바람따라님께서 오전에 다녀도 가셨고 그곳 댓글에 마실님께서 내가 덕유에 간것을 만천하에 들어내셨으니
아니온듯 하기도 옹졸맞아 보일것 같아 몇장 정리하여 겨울을 알린다.
출발부터 사진이 우선하는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차가운 숨을 들이내쉬며 뭔가 그리워하는 듯한 막연한 정신을 온전히 해볼까에서 였다.
단지 살짝 바라는것이 있다면 몇년째 학수고대하고 있는 대운해를 본다면 좋겠다는것뿐..
사진은 시간 순으로 스케치한것이고 덕유설경을 돌아보며 드나들었던 정신의 순환을 글로 적었다.
설천봉에 다다르니 4시쯤 되어 일몰포인트로 가기위해 서둘렀다.
향적봉에 오르는중 멀리 반달이 보인다.
청명한 하늘에 눈꽃을 치마삼아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예쁘기가 한량없다.
그러면서 내일 고대하고 있는 대운해는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난 운해와 달과의 관계를 몸으로 체득하였고 남이 들으면 허풍으로 들릴지 몰라도 난 좀 비중을 둔다.
그렇다고 출사가기전에 월력까지 보고 가는것은 아니다.
운해는 그믐이나 초생달처럼 달빛이 적을때 잘 생기고 보름에 가까워 올수록 운해가 어렵다는 것이 요지다.
단순히 달빛이 밤온도를 높여 일교차를 줄인다는 결론이다.
히지만 가끔 산정에서 운해위에 보름달을 넣은 사진이 종종 있으니 그 복은 만복이 아닐까 싶다.
난 바라지도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진짜 보여준다면 넙죽 업드려 절을 할것이다.
그럼 그 달을 보도록 하자.
분명 사진은 사진일뿐이다. 절대로 현장의 스케일과는 비교가 안된다.
차가운 산기운을 사진에 담을수 없으니 사진이 멈춘듯 시시해보인다.

향적봉 정상에 거의 다다라서 적상산 방면으로 한장 담아본다.
이사진을 찍을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면서 생각하니 이곳에서 일몰의 붉은빛과 함께 담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작 일몰빛이 좋은날 다른 명포인트를 다 마다하고 이곳에 있을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자신감과 확신 그리고 도전적인 행위가 있기를 대운해 이전에 고대한다.
그럼 사진을 보자.

말로 사진을 대신하니 사진이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 건 덕유초설을 보고 왔다는것이고 막걸리 거나하게 걸치고 수다떨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 마음속에도 겨울이 들어선것인지 횡하기가 이를데 없다.
발길을 재촉하며 예전에 자주 보았던 풍경이지만 그래도 다시보니 처음보는듯 흥겹다.
향적봉을 지나 덕유산장으로 내려가는 초입에서 남덕유 자락을 보며 한장 담아본다.

아무곳에서나 보아도 좋을것이지만 중봉 좀 못미쳐서 주목이 있는 일몰 포인트로 갔다.
내려서는데 일몰의 빛이 강렬하다.
사진으로 잡기는 구도도 그렇고 애매하지만 보기로는 참 환상적이다.
보정에서 색을 좀 강조해 눈의 차가움과 빛의 온화함 그리고 설경의 환상을 표현해보려 하지만 안된다것을 재차 확인할 뿐이다.

주목이 있는곳에 내려서니 일몰축이 왼쪽으로 많이 돌아와서 주목 주위로 해를 위치하기가 편할것 같다.
단지 햇빛이 너무 강하다.
그리고 상고대가 낮동안 녹아서 부족하다. 하지만 남아있다는 자체가 대단한것 아닌가.
3:2 포맷에 식상하여 2:1포맷을 좋아하지만 요즘 가장 좋아하는건 정방형이다.
그래서 두 주목을 정방형으로 잡아보았다.
해는 너무 강해서 애써 드러낼것 없이 나무 뒤에 숨겨버렸다.

오른쪽으로 좀 이동하여 남덕유자락과 햇빛을 받는 사면을 전부 담아보지만 부족한 상고대와 노출차를 극복할수 없다.
이곳에서 주목뒤로 안성쪽에서 덕유평전을 넘어가는 운해가 잡힌다.
난 그걸 아직 이야기만 들었고 실제로 본사람은 마실님이시다. ㅎㅎ
이곳에서 저녁운해를 본다면 이 또한 넙죽 업드려 절을 해야 마땅할 일일 것이다.

햇빛이 너무 강해 플레어와 노출차를 담을수 없었지만 일몰 찰나에는 좀 누그러져 담을수 있었다.
하지만 이땐 빛이 부족하다.
하프그라데이션을 생각했지만 번거로움과 칙칙해지는 색이 매번 망설이게 한다.

해는 지고 여명이 깊고 깊었다.
몇장 더 담아보고 서둘러 중봉자락을 내려다 볼수 있는 철탑쪽으로 와서 내려다 보니
해는 왼쪽으로 많이 틀어져 남덕유를 여명으로 감싸주니 이 또한 너무 아름다워 미칠것 같았다.
이곳에서 일몰을 담으시던 두분은 안보이고 혼자서 만끽하지만
엄청난 바람에 장 노출을 할수가 없다.
이 사진빼고 이후는 모두 엄청나게 흔들려 있다.

낮 상고대는 기대도 안하고 왔는데 주워담듯 담고나니 배고픈것도 잘 모르겠다.
산장으로 오니 산장지기 빼고 딱 한분이 계신다.
산사진을 전문으로 하시는 베테랑이셨는데 이런 저런 말씀 많이 듣고는 가뜩이나 정방형에 빠져있는데
핫셀을 하나 장만하라는 예찬에 꿈까지 꾸었다.
새벽에 두어번 나가서 보니 초저녁의 쏟아질듯 하던 별들은 온데간데 없고 눈보라만 내리친다.
예보상으로 밤에 눈이오고 아침에 갠다고 했는데 모아니면 도란 심정으로 밤새 눈이오고 일출시점에서 하늘이 열리기를
바랬다. 또 그런 느낌으로 온것이 아닌가.
현실적으로 보면 이런경우가 아주 희박하니 안와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안올수는 없지 안았는가.
꽝쳐도 찬바람은 폐부를 적시었으니 마음이 평온하면 그리 억울할 일도 아니다 라며 타협하지 않았는가.
새벽에 고수분께서 해주시는 쌀밥을 곁에서 얻어먹었다.
여지것 그 어느곳에서도 그렇게 적당히 찰지게 잘 된 밥을 먹어본적이 없다.
밥잘하는 비법도 전수받고 커피도 얻어마시며 산에서는 뜨거운밥이 보약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비법은 쌀이 적당이 익어 죽될정도에서 휘 저어서 아래것과 위에 것을 뒤집어 놓고는
아주 작은 불에 오래오래 뜸을 들이는것이다.
대두분의 사람은 성질 급하게 센불에 빨리 밥하려다 밥태우고 그릇태워 두배 고생한다고 한단다.
뜸들이는것은 알지만 옆에서 보니 생각보다 작은 불에 훨씬 오래 뜸을 들이었다.
천지를 덮은 구름에 일출은 포기하였지만 그분과 같이 중봉에서 하늘이 열리길 기다릴셈으로 7시쯤 중봉으로 가서 기다렸다.
둘이 할이야기도 대두분 했고 그냥 멍하니 두어시간 보냈지만 허사였다.
춥기도 하고 심심도 하고 하늘이 열린다는 기약도 없으니 이보다 더 답답하랴.
내심 폐부에 찬바람은 넘칠정도로 들이켰으니 그만 돌아갈까 하다가도 혹시나 하며 기달렸다.
마실님께 아랫지방의 소식을 물으니 구름 뭉실뭉실하고 개이면서 좋다하시니 더 기달리려는데
임선생님께서 장수에 계신 지인께 전화하더니 장수는 흐리다하시며 몸도 감기기운에 안좋아 그만 내려간다 하신다.
대전은 맑고 장수는 흐리다. 장수가 덕유에서 가까우니 장수를 믿어야 하나 난 더 기달리기로 했다.
날씨도 그렇게 추운것도 아니었다.
임선생께서 하산하시고 9시 좀 넘어 더 심심하고 더 춥고 더 막연했다.
이제 가만히 있는건 힘들뿐이었다. 셀프사진 놀이로 운동을 했다.
배낭까지 메고 10초 달리기를 좀 하니 땀도 나고 그런대로 재미도 붙었다.
그럼 셀프사진 한장 보자.

이 짓을 20여차례하니 그때서야 내가 제정신인가 싶었다.
그러면서 이제 돌아가야 마땅하고 돌아가도 아쉽지 안을것 같아 돌아서서 가려는데
캬~ 하늘이 좀 열리는것 아닌가.
무주쪽에 낮에 구름이 자리한것이 향적봉 밑에 있었다면 아주 좋았겠다 싶었지만 이또한 감지덕지 아니한가.
이런 사진이야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많이 보았지만 보는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혼자서 실컷 만끽하고는 돌아오면서 일몰 포인트도 다시한번 들러서 하늘이 열리면서의 상고대 모습도 담아보았다.

그리고 잘 익은 나무 하나 찾아 눈꽃만을 잡아보려고 애쓰다 하산했다.

오늘 밤과 내일 눈이나 비가 온단다.
내가 진짜 바라는것은 눈이 오던지 말던지 비가오던지 말던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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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웅/전창종 님의 최근 댓글
축하드립니다 ^^ 좋은일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 2008 06.26 지금 덕유나 태백산은 눈 천지일걸요.. 저는 시골가서 김장담아 들고 왔습니다. D3에 14미리 단렌즈인가요? 산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군요 위아래 잘라내면 617이 부럽지 안은 결과물을 안겨줄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질감이 무지 좋게 느껴지는건 D3라는 선입견때문만은 아닌듯.. Dsc_0128 이라 새 바디쓰는 즐거움이 부럽기만 합니다. 2007 12.02 정말 튼튼해 보입니다.. 카메라보고 멋지게 생겼단 생각이 처음 드는군요.. 좋으시겠습니다. 2007 11.30 잘 하신것 같습니다. 버팔로님.. 저도 블루투가 더 익슥하긴한데 워낙 의미가 부실해서.. 해웅은 또 너무 무겁단 느낌도 들지만 언젠가 익숙해지겠지요.. 버팔로 대화명은 버팔로님과 아주 딱 어울리는 멋진 대화명이라고 생각됩니다. 2007 11.29 축하드립니다. ^^ 무척 보고 싶군요. 2007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