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고, 징역을 살고있던 모든 재소자들은 군사법정에 서야만했다.
이 사진에 보이는 여인은 무슨 이유에선지 당시의 사회가 용인치 않는 죄를 지었고, 그런 이유로 이미 징역을 살고 있는 중이다.
군법회의에 회부된 여러 죄인들의 판결이 내려지고 마침내 푸른 수의를 입은 가녀린 여인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판사는 엄격한 눈으로 여인의 죄상이 적힌 문서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고,
고개를 숙인 여인의 어깨가 두려움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법정을 덮고있던 그 순간.
방청석으로부터 서툰 걸음을 떼며 앞으로 나온 어린아이는 곧 슬픔 속에 홀로 서있던 여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서 얼굴을 묻었다.
"엄마......."
여인의 손이 황급히 아기에게로 갔고,
그 놀란 여인의 몸짓에 법정 안은 미묘한 슬픔 속에 빠져들게 된다.
아기는 여인의 가족들이 데리고 왔을 터이고, 멀리서 보이는 어미의 뒷모습을 확인한 아기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을 뿐이었다.
물끄러미 "모자"를 내려다보던 판사의 눈이 상념으로 흔들리는 것이 보였고,
다시 손에 들린 문서를 바라보았다.
이런 저런 죄목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하는 판사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작게 들려왔다.
아이의 손을 잡고있던 여인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였다.
서슬 퍼런 군사법정에 흐르던 긴장감은 잠시 그 팽팽한 격정의 끈을 풀었고,
사람들은 사회 속의 구성원이 아닌 단지 하나의 인간애에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정범태의 이 사진은 사진에 있어서 구도며, 계조며...하는 "형식"이란 것이 얼마나 "내용" 앞에 가벼운 것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감동이었고, 훗날 이 어둡고도 칙칙한 사진이 "세계를 감동시킨 36장의 사진" 속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잔인하였으나.....
인간은 또한 용서를 배울 수 있으니....
2005년 논산에서 김용대



김용대 님의 최근 댓글
대전에서 번개가 있으면 연락 주세요. 시간만 허락되면 꼭 들러서 묵었던 회포를 풀고 싶네요. 그간 너무 일에만 빠져 지내느라.... 2012 07.31 KT 만요. 2010 09.03 정보,강좌 게시판에 글은 올라가는데, 그림을 올리고 '본문삽입'버튼을 눌러도 들어가질 않네요. 2010 08.17 아, 여행 가시는군요.^^혹시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주세요.'이장님'도 건강하시지요? 2010 08.17 호오~ 요즘 재미 있으시겠습니다. ^ ^ 2010 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