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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비에 고생하시는 분께 권하는 책 [펌]

      • 옛풍(박경식)
      • 2004.06.20 - 03:37 529 1 1
    책읽는 즐거움-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130년 전 이상한 나라를 방문한 앨리스는 거꾸로 된 세상을 보려고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만약 앨리스가 오늘날 다시 태어난다면, 거울을 통과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창밖을 내다보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성장 신화와 강대국의 횡포, 자본주의 거품에 질린 사람들의 속을 후련하게 할만한 책이 나왔다.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는 언어 비틀기, 풍자와 유머로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조명하고 현대산업사회의 불의를 조롱한다.

    저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우루과이의 저널리스트이자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으로 꼽힌다. 이 책의 원제는 'Upside down'.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우아하고 예술적인 산문체로 세상 뒤집어보는 쾌감을 선사한다.

    부자 아이들이 외로움을 잊기 위해 값비싼 마약을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가난한 아이들은 휘발유나 본드를 흡입했다. 부자 아이들이 레이저 광선이 뿜어져 나오는 총으로 전쟁놀이를 즐길 때, 거리의 아이들은 진짜 총알을 피해 다닌다.〈23쪽〉라틴 아메리카에서 어린이들은 치료 가능한 질병이나 굶주림 때문에 매시간 100명이 죽는다. 매년 미국의 애완동물 용품의 판매액은 에티오피아 국민총생산의 네배에 달하며, 제너럴모터스와 포드라는 두 거대기업의 판매액은 아프리카 전체 생산액을 웃돈다.

    *현대산업사회 부조리 조명르네상스 시대 백인은 전 인구의 5분의 1밖에 안됐지만 신의 의지를 구현한다고 떠들어대며 지구 곳곳에 부조리와 억압을 낳았다. 콜롬비아 현자들은 아담과 이브를 흑인으로 해석한다. 그들의 자식인 카인과 아벨도 당연히 흑인. 그런데 카인이 아벨을 몽둥이로 내리쳐 살해하면서 신의 분노가 폭발했다. 공포에 카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머지, 죽을 때까지 '흰둥이'로 살았다. 백인들은 모두 카인의 후예다.

    저자의 촌철살인은 그칠 줄 모른다.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그는 '19세기 최고의 마약 거래상'이라고 비아냥댄다. 빅토리아 재위 시절 아편은 영국 최고의 무역 물품이었으며, 영국 군대는 아편을 수입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중국을 총과 포탄으로 무력화하고 황궁을 불질렀다. 빅토리아 여왕은 그러나 평생 '마약'이란 단어를 입밖에 내지 않았으며, 20년 동안 지속된 아편전쟁 기간동안 '전쟁'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마르틴 루터 킹 목사는 조국을 "세계 최고의 폭력 수출국"이라고 고발했다. 국제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최고의 무역수출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이고 몇 계단 밑에 중국의 이름이 있다. 우연찮게도 이들은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다섯 나라다. 세계평화는 전쟁이라는 대규모 장사에서 가장 짭짤한 이익을 챙기는 다섯 강대국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다섯 강대국은 ‘폭력 수출국’미국은 염치없게도 '전쟁예산'을 '국방예산'이라고 부른다.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평화로 거둔 그 어떤 승리도 전쟁에서 거둔 최후의 승리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19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세계금융의 중심가인 월 스트리트(Wall Street)는 수세기 전 흑인노예들이 도망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쌓은 장벽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가상경제는 자본을 이동시키고 가격을 붕괴시키며 빈국의 돈을 강탈해 부도에 빠뜨린다. 우리나라에 IMF라는 국치를 안겨준 1997년,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100달러당 겨우 2.5달러만이 재화용역의 교역과 관계가 있었다.

    저자는 세상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은 '처벌되지 않는 권력'이라고 명쾌히 규정한다. 자연과 인권을 가장 무참히 짓밟는 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감옥에 가지 않는데, 이는 그들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지만 왠지 개운치만은 않다. 책은 권력을 가진 자에게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지만, 그 사례들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많아 마치 인류의 '악행 고백록'과 같은 느낌마저 든다. 책에 삽입된 우스갯소리가 시선을 묶는다.

    〈교통사고로 차가 한 대 박살났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운전자는 이렇게 신음했다.

    "내 메르세데스…".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선생…차가 무슨 소용이요? 팔 하나를 잃어버린 걸 모르오".

    운전자는 잘려나간 팔을 보며 흐느꼈다.
    "내 롤렉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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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飛龍/김상환
      2004.06.20 - 11:02 #160877
      맨 아래 글이 날 즐겁게 하네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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