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화요일부터 시작된 홍성출장...
지난주부터 간간히 통증이 오던 왼쪽 무릎이 조금씩 부어올랐다.
업무를 하면서도 그 통증은 지속되었고...
집안은 수리를 한다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맡겨버리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가장(?)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일 손이 잡히질 않았다.
그래. 하는 일이 신명을 내서 하는 일도 아니고..
자칫하면 또 다른 가장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내가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마음을 달래보고...
"집 떠나면 고생"이란 옛 말이 이렇게 가슴에 와 닿을 줄은 몰랐다.
예전에도 이 보다 더 장기간 출장을 간일도 수 없이 많았지 않았던가?
역시 몸이 아프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가족... 그 중에도 아내인 것 같다.
예전에 출장을 다니면서 하루에 한번씩은 꼭 전화를 하고자 했어도 하지 못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몸도 아팠지만.... 집수리를 하면서 의견이 달라서 다투었던 일이 자꾸만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침, 그리고 점심식사 후,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서 이렇게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수화기 속으로 전해지는 아내의 목소리에 위안을 받고자 했던 내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출장이 끝나기만이 기다려졌다.
금요일이 오기만을 얼마나 손꼽았던가?
그렇게 기다리던 금요일이 왔다.
집에 도착을 하자 집수리는 완료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구들까지 모두 제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라...
이제는 가장의 자리까지 넘보는 것인가?
“이젠 당신이 없어도 아이들과 힘을 합하면 다 할 수 있어요” 라는 아내의 말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요즈음 가장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내가 너무 하는 것일까?
한편으로 대견스럽기도 하고... 오늘처럼 가족들이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피곤하기도 하고 무릎의 통증도 있었고...
그런 핑계로 우드님의 오프에 참석을 할 수가 없었다.
아내와 단둘만의 저녁식사를 마친 후 자리를 깔고 누웠다.
이렇게 편안할 수 가 없다.
역시 내 집 만한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날이 밝았다.
2005년 9월 3일 토요일...
어제 저녁에 아내에게 내일 출근을 하겠다는 말을 했던 모양이다.
막내 아이가 서둘러 학교를 가기위해 집을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토요일은 근무를 하지 않지만 그래도 다음주의 출장을 준비하기 위해 출근을 서둘렀다.
마침 아내도 전에 살던 아파트 사람들과 약속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꺼내오는데 어제보다는 덜 했지만 무릎의 통증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운전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난 아내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통증이 있는 다리는 왼쪽이므로 최대한 통증이 없는 자세를 취하고 집을 출발했다.
오랜만에 둘만이 외출을 하는 것 같다.
비록 가는 곳은 달라도 가는 동안은 같이 여행을 하는 것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둘만이 남겨지면 어색해지는 것을 느낀다.
벌써 이렇게 된 것인가?
나이가 들면 둘의 사랑이 더 익어간다는데... 내가 잘못된 것일까?
신호대기를 하는데 갑자기 아내가 생각이 난 듯 날짜를 물어온다.
“오늘 9월3일 맞죠?”
“그래. 9월 3일인데... 어 그러면 우리 결혼기념일 인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되어 버렸나?
요즘 아내는 가끔씩 건망증에 걸린 듯이 작은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난 그런 아내를 보면서 이제 나이가 몇인데 하면서 놀렸었는데...
오늘의 사건을 보면 나 역시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시간을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오늘이 우리 결혼 22주년이군요. 그리고... 연애기간 8년까지 합하면... 당신을 알고 지낸지가 만 30년이 되었군요. 세월 참 빠르죠?”
“그래. 벌써 그렇게 되었네.”
아마도 아내는 이런 대답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 오늘은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져볼까?
명색이 사진을 한다는 남편이 아내를 제대로 찍어본 적이 있었던가?
오늘 저녁은 둘만의 시간을 가져야 겠다.
그리고 이제 50줄에 들어선 아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
댓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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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woo/오상학2005.09.03 - 15:11 #181231점 조금 힘든 상황에서 자라서 제 소원은 행복한 가정을 갖는 것입니다. ^^
지금은 누구와 견줄 수 없을만큼 행복한 가정을 갖고 있구요. 언제나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
다시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의 하나는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글인것 같습니다.
결혼기념일 축하드리고요. 두분께서 행복한 시간 갖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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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llenger™/김종평2005.09.03 - 17:10 #181235한스님,
무릎이 안 좋아서 고생하고 계시는군요.
건강 조심하시고 쾌차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결혼기념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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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현[hans] 님의 최근 댓글
모두들 도와주신 덕분에 잘 치렀습니다.고맙습니다. 2016 06.03 일쌍 ----꼭 참석하고 싶은데 ㅠ.ㅠ....선약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합니다. (다음에 개인적으로 들리겠습니다) 2016 03.16 다음에는 더욱 재미있는 곳으로 가보죠.원도심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네요. 2016 01.21 많은 참석 바랍니다. 2016 01.14 참석합니다.많이 오세요 ^^* 2015 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