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오지 않는 밤에..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조용한 음악이 잘 어울리는 밤입니다.
오늘이 금요일이어서인지
아니면 하루종일 내린 비의 습한 기운 때문인지
나직하게 내려 앉은 이 밤의 평온함이
기분좋게 온몸을 휘감고 흐릅니다.
이런 날은 아나로그(analog)적인 것들이 그리워집니다.
LP 음반, 우표 붙은 편지, 색바랜 유년시절 사진,
케케묵은 소설책, 네잎클로버 끼워둔 시집,
쓰다만 일기장, 처분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선물받은 종이학 유리통,
학창시절 졸업앨범, 친구들의 삐삐번호가 적혀 있는 전화번호부...
이런 예스러운 것들에 대한 연상은
부질없이 과거에 대한 향수(nostalgia)로 금새 전이됩니다.
'불났다' 놀이하려고 금그어 놓은 학교 운동장,
양은도시락 수북히 쌓인 갈탄 난로,
일 년이면 몇 번씩 만들어갔던 유리창 걸레,
반공방첩 표어/포스터와 삐라줍기,
방역차 뒤꽁무니에서 한없이 품어나오던 소독약 냄새,
아침의 국민체조 구령 소리와 국기하강식때 나오던 애국가 소리,
하루도 거르지 않던 밤 12시 통행금지 사이렌,
동네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래키던 뻥튀기 할아버지,
소나기 내린 뒤 어김없이 산허리에 걸렸던 일곱빛깔 무지개...
그새 새벽이 되었습니다.
밖엔 비가 그쳤는지 이젠 정적만이 어둠 속에 울려 퍼집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주말 아침이 시작되겠지만
웬지 한 줄기 비가 더 길게 내렸으면 하는 기분입니다.
그 비를 타고 추억이 한없이 흐르겠죠...
댓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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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udi(권정아)2005.06.11 - 12:10 #176011흐흐...저때문에 깜빡 속으신 두분...계시네요..
그나저나 저도 갈라고 했는데...미라지님 덕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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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ree™-秀珉/오연경2005.06.14 - 09:35 #176017^^
오늘 저녁부터 비가 또 내린다는데..
왠지 바이런님 글을 이제서야 읽으면서
마중을 문뜩 가고 싶다 느꼈어요 ㅎ





바이런/박상현 님의 최근 댓글
축하드립니다. 시간나면 꼭 들러보고 싶습니다. 2011 11.07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인프리님, 쉼터님, 잔별님, 심연님 오랫만에 뵈서 반가웠어요. 감사합니다. 버팔로님, 잘 계시죠? 저도 자주 못왔는데... 버팔로님도 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2011 11.01 축하합니다. 그래도 내가 널란넘님보다 쬐끔은 먼저 가는군요. ^^ 2011 10.20 향기님, 이장님, 널란넘님 감사합니다. 2011 10.20 오래는 어렵지만 저녁과 간단한 담소는 함께 하고 싶습니다.6시 반경에 전화드리겠습니다. 2011 10.13